[무협 소설] 무명지협 2권 - 제12장: 혈무곡의 진실


무명지협(無名之俠) 2권: 강호주유(江湖周遊)


제12장: 혈무곡의 진실 (血霧谷의 眞實)

혈무곡(血霧谷).

그 이름처럼, 계곡은 일 년 내내 붉은 안개가 짙게 깔려 있었다. 독기를 품은 안개는 시야를 가릴 뿐만 아니라, 평범한 생명체가 오래 머물 수 없게 만드는 죽음의 장막이었다.

모용설이 미리 준비한 해독단 덕분에, 세 사람은 독무의 영향을 받지 않고 계곡 깊숙이 잠입할 수 있었다. 그들의 목표는 계곡 중앙에 위치한 '마심동(魔心洞)', 흑영문의 비밀 회합 장소였다.

세 사람은 동굴이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 덤불 속에 몸을 숨기고 동굴 안을 엿보았다.

동굴 안은 횃불로 대낮같이 밝혀져 있었고, 높은 단상 위 칠흑 같은 옥좌(玉座)를 중심으로 수십 명의 고수들이 도열해 있었다. 그때, 동굴 안이 술렁이며 모든 간부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문주(門主)님을 뵙습니다!"

동굴 가장 깊은 어둠 속에서, 한 인물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온몸을 감싸는 검은 용포(龍袍), 얼굴에는 섬뜩한 귀면(鬼面) 형상의 황금 가면. 그가 바로 흑영문의 주인이자, **천면인(千面人)**이라 불리는 존재였다.


***

"모두 들으라."

옥좌에 앉은 천면인의 목소리는 쇠를 긁는 것처럼 날카로웠다.

"오늘,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다. 위선과 기만으로 가득 찬 낡은 강호를 무너뜨리고, 절대적인 힘에 의한 새로운 질서를 세울 것이다!"

그의 선언에 간부들이 열광적으로 외쳤다. 그때, 한 장로가 상자 하나를 들고나왔다. 상자가 열리자, 안에서 불길한 검붉은 빛을 뿜어내는 기이한 돌, **역천마석(逆天魔石)**이 나타났다.

"이 역천마석의 힘과, 나의 '천마신공(天魔神功)'이 합쳐지면, 나는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게 될 것이다!"

그의 말에 덤불 속 세 사람의 얼굴이 굳어졌다. 특히 남궁혁의 얼굴은 충격과 분노로 창백해졌다.

그런데 그때, 천면인이 예상치 못한 행동을 했다.

"이제, 우리의 대업에 동참할 새로운 동지를 소개하겠다. 들어오라!"

동굴 입구에서 걸어 들어온 사람은 바로... 철혈표국의 총표두, '패왕도' 왕일산이었다. 하지만 놀라움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왕일산은 비열하게 웃으며 말했다.

"천만에. 우리 공동의 목표를 위해서라면 이 한 몸 바쳐야지. 안 그런가, 현 무림맹주(武林盟主)."

"......!!"

순간, 세상의 모든 소리가 멎는 듯했다.

천면인이 천천히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에 쓴 황금 가면을 벗었다.

가면 아래에서 드러난 얼굴.

그것은 강호의 모든 무림인들이 존경하고 따르는, 정의와 협의의 상징. 지난 20년간 무림을 이끌어 온 절대적인 존재.

바로 현 무림맹주, **'검성(劍聖)' 상관진(上官震)**의 얼굴이었다.

"……말도 안 돼."

남궁혁의 입에서 절망적인 신음이 새어 나왔다.

상관진, 아니 천면인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선언했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나의 흑영문과, 왕 총표두가 장악한 사천의 흑도 세력이 힘을 합친다. 정파의 심장부로 곧장 진격하여, 위선자들의 목을 모두 칠 것이다!"

"와아아아!"

간부들의 함성이 동굴을 뒤흔들었다. 덤불 속, 세 사람은 차가운 절망에 잠식되었다. 적의 정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거대하고 끔찍했다.

"...도망쳐야 해."

남궁혁이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하지만 그들이 몸을 돌리려던 순간.

"거기 숨어있는 생쥐 놈들은 언제까지 구경만 할 셈이냐."

얼음처럼 차가운 상관진의 목소리가 절벽 위를 향해 날아와 박혔다.

모든 것이, 함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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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3부가 시작됩니다. 이제 이야기는 되돌릴 수 없는 격랑 속으로 휘말립니다. 무림맹주가 흑막이라는 충격적인 진실 앞에서, 세 사람은 정파와 사파 모두에게 쫓기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그리고 무영은 더 이상 자신의 힘을 숨길 수 없는, 운명적인 선택의 순간과 마주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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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가 시작됩니다. 이제 이야기는 되돌릴 수 없는 격랑 속으로 휘말립니다. 무림맹주가 흑막이라는 충격적인 진실 앞에서, 세 사람은 정파와 사파 모두에게 쫓기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그리고 무영은 더 이상 자신의 힘을 숨길 수 없는, 운명적인 선택의 순간과 마주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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