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머무는 초록빛 갤러리, 화순 연둔리 숲정이

여름의 한가운데, 시간이 잠시 걸음을 멈추는 곳이 있다면 바로 이런 풍경일까요. 화순 동복호 물줄기를 따라 고요히 자리 잡은 연둔리 숲정이. 오랜 세월 마을을 지켜온 500년 된 왕버들나무와 느티나무들이 강물을 따라 병풍처럼 늘어서 있습니다.


이곳은 단순한 숲이 아니었습니다.
나뭇잎은 살아있는 액자가 되어주고, 강물은 하늘을 담은 거울이 되며, 바람은 잎사귀를 스치며 가장 평화로운 노래를 들려주는, 자연이 만든 거대한 갤러리였습니다. 셔터를 누르는 모든 순간이 한 편의 시가 되었던 그곳, 연둔리 숲정이의 초록빛 속삭임을 전합니다.

화순군 연둔리 숲정이

화순군 연둔리 숲정이

화순군 연둔리 숲정이


테마 1: 액자 속 풍경


숲은 가장 완벽한 액자였습니다.


무성한 나뭇잎 사이로 조심스럽게 열린 창.
그 너머에는 잔잔한 강물과 아득한 산, 그리고 솜사탕 같은 구름이
마치 잘 그려진 한 폭의 수채화처럼 담겨 있었습니다.
자연이 만들어준 이 완벽한 구도 앞에서
나는 그저 숨죽여 아름다움을 감상할 뿐이었습니다.

화순군 연둔리 숲정이

화순군 연둔리 숲정이

테마 2: 강물이 그린 데칼코마니


강물은 고요히 세상을 비춥니다.


푸른 하늘과 초록의 나무들을 그대로 품어 안아
또 하나의 세상을 물 위에 그려냅니다.
바람 한 점에 살며시 흩어지는 풍경은
현실보다 더 몽환적이고 아련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물에 비친 나의 모습마저 한 편의 시가 되는 순간입니다.

화순군 연둔리 숲정이

화순군 연둔리 숲정이

화순군 연둔리 숲정이

테마 3: 시간의 오솔길


숲이 내어준 길을 따라 걷습니다.


발밑에서는 부드러운 흙의 감촉이,
머리 위에서는 햇살과 그림자가 엮어낸 무늬가 춤을 춥니다.
이 길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하는 설렘보다,
걷는 내내 나를 감싸는 고요함과 평온함이 더 좋았습니다.
시간의 더께가 쌓인 나무들 사이를 걷는 이 길은
마치 과거와 현재를 잇는 비밀 통로 같았습니다.

화순군 연둔리 숲정이

화순군 연둔리 숲정이

화순군 연둔리 숲정이

화순군 연둔리 숲정이

테마 4: 숲의 숨결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빽빽한 잎사귀들이 저마다의 빛깔로 반짝이며
깊고 푸른 여름의 생명력을 온몸으로 뿜어냅니다.
거대한 나무들이 든든한 지붕이 되어주고,
그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은 해방감을 선물합니다.
깊게 숨을 들이마시자, 상쾌한 숲의 향기가
마음속까지 가득 채우는 듯했습니다.

화순군 연둔리 숲정이

화순군 연둔리 숲정이

화순군 연둔리 숲정이

화순군 연둔리 숲정이

테마 5: 물가의 쉼표


숲길이 끝나자 다시 물가가 나타납니다.


졸졸 흐르는 물소리는 나른한 오후의 자장가 같고,
강가에 놓인 벤치는 '잠시 쉬어가라' 손짓하는 듯합니다.
모든 것이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이곳 연둔리 숲정이는 느림의 미학을 가르쳐 줍니다.
자연이 주는 가장 큰 위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요.


끝네며 여름의 끝자락을 화순군 연둔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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