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소설 써 보았어요 무명지협(無名之俠)3권

[제 3부: 무림의 격랑 (武林의 激浪)]

제 13장: 무너진 하늘, 고립된 영웅들 (무너진 하늘, 孤立된 英雄들)

"함정이다!"

남궁혁이 비명처럼 외치며 검을 뽑아 들었다.

상관진, 아니 천면인은 옥좌에 앉은 채, 마치 벌레를 보는 듯한 경멸의 눈으로 절벽 위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남궁세가의 애송이와 녹의상단의 계집, 그리고... 웬 정체 모를 쥐새끼 한 마리로군. 내 계획을 엿들은 죄, 죽음으로 갚아라."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수백의 흑영문 무사들이 일제히 절벽을 향해 암기와 표창을 소나기처럼 쏟아부었다. 동시에 절벽 위, 세 사람이 미처 눈치채지 못했던 곳에 숨어 있던 복면인들까지 나타나 사방을 포위했다. 완벽한 죽음의 덫이었다.

"뚫어야 한다!"

남궁혁은 이성을 잃고 분노에 찬 검을 휘둘렀다. 그의 창궁검법은 평소보다 더욱 맹렬했지만, 적의 수는 끝이 없었다. 모용설은 품속의 온갖 암기와 미혼향을 사용하며 분전했지만, 사방에서 쏟아지는 공격에 점차 활동 반경이 줄어들었다.

"크윽!"

결국 남궁혁의 어깨에 독침 하나가 스치고, 모용설의 발목에 표창이 박혔다.

"모용 낭자!"

무영이 비명을 지르며 그녀를 부축했다. 포위망은 점점 좁혀왔고, 이제 도망칠 곳은 없었다. 절망이 세 사람을 짓눌렀다.

남궁혁은 피를 토하며 무너져 가는 자존심을 붙잡고 중얼거렸다.

"아버지... 강호가... 모두 속았습니다... 이 사실을 알려야 하는데...."

그 순간, 무영의 눈빛이 변했다.

그는 언제나처럼 뒤에서 묵묵히 방어만 하고 있었다. 자신의 힘을 온전히 드러내면, 동료들이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될까 두려웠다. '의선의 제자'라는 가면 뒤에 숨어, 이 상황을 어떻게든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었다.

자신을 믿어준 첫 번째 동료, 모용설이 피를 흘리고 있었다.
자신을 인정해준 첫 번째 친구, 남궁혁이 절망하고 있었다.

'…지켜야 한다.'

검귀에게서 힘을 물려받은 이후, 늘 그의 발목을 잡았던 두려움과 혼란. 그 모든 것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그의 마음속에 남은 것은 오직 단 하나, 동료를 지키겠다는 맑고 단단한 의지뿐이었다.

"두 분, 제 뒤로 물러서 계십시오."

무영이 나직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이전과 달리, 흔들림 없는 강철 같은 무게를 담고 있었다.

"장 형, 무리일세! 상대는...!"

남궁혁이 말리려 했지만, 무영은 그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후우우우-

그의 몸을 중심으로, 고요했던 공기가 거대한 소용돌이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의 발밑에서부터 칠흑 같은 기운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라 온몸을 감쌌다. 그것은 귀혼천강경의 파괴적이고 폭발적인 마기(魔氣)였다.

남궁혁과 모용설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이토록 지독하고 강력한 마기라니. 이것은 결코 '의선의 제자'가 가질 수 있는 힘이 아니었다.

동굴 아래, 옥좌에 앉아 있던 천면인의 눈이 처음으로 흥미롭다는 듯 빛났다.

"호오... 저 기운은... 검귀 놈의 것이로군. 그놈의 마지막 제자인가."

무영은 주변의 경악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모용설의 가르침을 떠올렸다.

'끓어 넘치는 강물을 가둬둘 둑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죠. 당신의 선한 마음이 무의식중에 심법의 역할을 대신했기 때문이에요.'

마음.

그래, 나의 마음. 나의 '협의'. 그것은 거창한 정의나 법도가 아니다. 그저 내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고 싶다는, 이 간절한 마음 하나뿐이다.

무영이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눈동자는 칠흑 같은 마기에 휩싸여 있었지만, 그 중심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맑고 순수한 빛이 깃들어 있었다.

그는 손을 허공으로 뻗었다.

"나와라."

그의 부름에 응하듯, 혈무곡의 짙은 독무와 땅속의 음습한 기운, 심지어 흑영문 무사들이 뿜어내는 살기까지 모두가 거대한 격류가 되어 그의 손바닥 안으로 빨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세상의 모든 어둠을 한 점에 응축시키는 듯한 광경.

"저, 저놈이...!"

흑영문 무사들이 공포에 질려 뒷걸음질 쳤다.

무영은 그 거대한 어둠의 힘을 응축시켜, 하나의 검은 구체(球體)를 만들어냈다. 그리고는 그것을, 동굴을 향해 겨누었다.

"이것이 나의 대답이다."

그는 그 구체를, 동굴을 향해 던지는 것이 아니라, 가볍게 '놓았다'.

콰아아아아아아앙-!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굉음.

검은 구체는 동굴을 파괴하지 않았다. 대신, 동굴 입구 앞의 거대한 땅덩어리 자체를 통째로 함몰시켜 버렸다. 거대한 싱크홀이 생겨나며, 동굴과 절벽 위를 순식간에 갈라놓는 거대한 협곡을 새로 만들어낸 것이다.

수십 명의 흑영문 무사들이 비명 한번 지르지 못하고 그 틈으로 빨려 들어갔다.

천면인은 옥좌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의 얼굴에서 처음으로 여유가 사라졌다. 저것은 단순한 파괴가 아니었다. 힘의 본질을 이해하고 지형 자체를 바꿔버리는, 신의 영역에 가까운 힘의 운용이었다.

새로 생긴 협곡 덕분에, 세 사람은 시간을 벌었다.

"지금입니다! 어서!"

무영이 외쳤다. 그는 방금 전의 일격으로 온몸의 기력이 소진된 듯 비틀거렸다.

남궁혁과 모용설은 여전히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지만,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남궁혁이 무영을 부축하고, 모용설이 길을 안내하며 세 사람은 절벽 아래로 몸을 날려 미친 듯이 도주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등 뒤로, 천면인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혈무곡을 뒤흔들었다.

"전원, 저놈들을 추격하라! 특히 저 마공을 쓰는 놈은 반드시 산 채로 잡아 와야 한다! 놓치는 자는 삼족을 멸할 것이다!"


이제 모든 것이 변했다.

무영은 자신의 정체를 드러냈고, 천면인은 그의 존재를 각인했다.
무림맹주가 흑막이라는 진실은, 이제 그들 세 사람만이 아는 위험한 비밀이 되었다. 정파는 천면인의 손아귀에 놀아날 것이고, 사파는 흑영문의 위세에 눌릴 것이다.

하늘은 무너졌고, 세상은 적이 되었다.

이름 없는 고아, 몰락한 명문가의 후예, 지혜로운 상단의 여주인.
고립된 세 영웅은, 이제 온 강호를 상대로 가장 외롭고 처절한 싸움을 시작해야만 했다.


다음 장에서는, 쫓기는 신세가 된 세 사람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남궁혁과 모용설은 무영의 정체에 대해 혼란스러워하고, 무영은 그들에게 모든 것을 고백해야 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불신과 의심 속에서, 그들의 동맹은 가장 큰 시험대에 오르게 됩니다.



제 14장: 폭풍 속의 불신, 그리고 진실의 무게 (暴風 속의 不信, 그리고 眞實의 무게)

혈무곡을 빠져나온 후, 며칠 밤낮으로 이어진 도주였다.

세 사람은 흑영문의 끈질긴 추격을 피해, 인적 없는 깊은 산속의 버려진 동굴에 간신히 몸을 숨겼다. 동굴 안은 축축하고 차가웠지만, 며칠 만에 처음으로 한숨 돌릴 수 있는 공간이었다.

모닥불이 피워졌지만, 이전의 여정에서 느껴졌던 따스한 온기는 어디에도 없었다. 대신, 무겁고 어색한 침묵이 세 사람 사이를 짓눌렀다.

남궁혁은 상처 입은 짐승처럼 동굴 벽에 기대앉아 있었다. 그의 시선은 맹주가 흑막이었다는 충격과, 눈앞에서 본 무영의 압도적인 마공(魔功)에 대한 혼란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차마 무영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한 채, 타오르는 불꽃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수만 가지 생각이 충돌했다. '장무영'은 가짜 이름이었다. '의선의 제자'라는 신분도 거짓이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이 모든 것이 기만이었단 말인가?

모용설은 다친 발목을 치료하며, 그 누구보다 복잡한 심경에 빠져 있었다. 그녀는 무영의 힘이 특별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것이 강호에서 금기시되는 '마공'의 영역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녀는 무영이 자신을 속였다는 배신감보다는, 그가 그동안 얼마나 큰 고통과 비밀의 무게를 혼자 짊어지고 있었을까 하는 연민을 먼저 느꼈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의 이성은 경고하고 있었다. 저 힘은 너무나 위험하다. 과연 통제할 수 있는 힘인가?

그리고 무영. 그는 동굴 입구 쪽에 홀로 앉아, 두 사람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힘을 해방시킨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 동료들을 구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두려웠다. 이제 모든 것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얻었던 동료, 처음으로 느꼈던 소속감. 그 모든 것이 하룻밤의 폭풍으로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그를 옭아매고 있었다.

결국, 얼음장 같은 침묵을 깬 것은 남궁혁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분노와 배신감으로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말해."

그는 무영의 등을 향해 말했다.

"당신, 대체 누군가. 그 끔찍한 힘은 또 무엇이지? 당신도... 처음부터 우리를 속일 작정이었나?"

무영은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의 얼굴에는 더 이상 '장무영'의 온화함이 없었다. 그저 세상에 홀로 내던져진 고아, '무영'의 지치고 슬픈 얼굴만이 남아 있었다.

"속일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사실대로 말했다면, 당신들이 저를 믿어주었을 리 없으니까요."

무영은 결심했다.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면, 모든 것을 털어놓는 수밖에 없다. 그는 낙양의 헛간에서 검귀를 만난 이야기부터,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강호의 소동에 휘말렸던 모든 과거를 남김없이 이야기했다. 그가 '무명지협'이라 불리게 된 사연, 남궁혁의 검을 부러뜨렸던 그날의 진실, 그리고 모용설을 만나 새로운 삶을 꿈꾸었던 희망까지.

이야기가 길어질수록, 남궁혁의 표정은 분노에서 혼란으로, 혼란에서 다시 깊은 고뇌로 변해갔다. 그가 '근본 없는 떠돌이'라 경멸했던 청년과, '믿음직한 동료'라 여겼던 장무영, 그리고 지금 눈앞에서 금단의 마공을 고백하는 이 남자가 모두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을 그의 머리가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이야기가 끝났을 때, 동굴 안에는 다시 정적이 흘렀다.

"…마공(魔功)은 마공일 뿐."

한참 만에, 남궁혁이 입을 열었다.

"그 힘은 결국 세상을 어지럽히는 근원이다. 검귀가 그랬고, 역사 속의 모든 마인(魔人)들이 그러했다. 힘에 취해 결국 파멸을 불러왔지. 당신이라고 다르다는 보장이 어디 있는가?"

그것은 비난이라기보다는, 스스로를 설득하려는 처절한 외침에 가까웠다. 그는 무영을 믿고 싶었지만, 그가 평생을 지켜온 '정파의 신념'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남궁 소협."

그때, 조용히 듣고만 있던 모용설이 입을 열었다. 그녀는 어느새 치료를 마치고, 무영의 곁으로 다가와 앉았다. 그녀의 행동은, 그를 지지한다는 무언의 표시였다.

"우리가 혈무곡에서 본 것을 잊으셨나요? 강호의 정의를 상징하던 무림맹주가, 바로 세상을 삼키려는 마인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이 믿는 '정의'란 무엇이고, '마(魔)'란 또 무엇입죠? 힘 자체에 선악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힘을 쓰는 사람의 마음에 달린 것 아닐까요?"

그녀는 남궁혁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지난 여정을 돌이켜보세요. 그의 힘이 폭주할 뻔한 순간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그의 힘은 언제나 우리를 지키는 방패가 되어주었죠. 그것이 그의 마음을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아닌가요?"

남궁혁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녀의 말은 정곡을 찔렀다.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것도, 수많은 위기에서 자신들을 지켜준 것도 바로 저 '마공'이라 불리는 무영의 힘이었다. 자신이 믿어왔던 세상의 흑백논리가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무영은 자신을 변호해주는 모용설을 보며 놀라움과 감동을 느꼈다. 그리고 그는 남궁혁을 향해 마지막 말을 건넸다.

"남궁 소협. 저는 당신에게 저를 믿어달라고 강요하지 않겠습니다. 당신의 신념이 저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 우리는 여기서 헤어지는 것이 맞습니다. 저는 혼자서라도, 제게 이 힘을 남긴 검귀의 원한과, 이 세상을 바로잡아야 할 이유를 찾아 길을 갈 것입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체념이 아닌, 새로운 결의가 담겨 있었다. 더 이상 그는 자신의 힘을 저주라 여기며 두려워하는 소년이 아니었다. 자신의 운명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스스로의 길을 개척하려는 한 명의 사내였다.

그의 그 눈빛을 본 순간, 남궁혁의 마음속에서 무언가 무너져 내렸다.

그는 무영의 눈에서 광기나 파괴욕이 아닌, 깊은 슬픔과 고독,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려는 굳건한 의지를 보았다. 그것은 어쩌면, 맹주에게 배신당하고 모든 것을 잃은 자기 자신의 모습과도 닮아 있었다.

한참의 침묵 끝에, 남궁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동굴 밖, 칠흑 같은 어둠을 향해 걸어 나갔다. 그 뒷모습은 너무나 지치고 외로워 보였다.

모용설은 말없이 무영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시간이 필요할 거예요."

무영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으로 모든 것이 끝일지도 모른다.

얼마나 지났을까. 동굴 밖으로 나갔던 남궁혁이 다시 돌아왔다. 그의 손에는 땔감으로 쓸 마른 나뭇가지들이 한 아름 들려 있었다. 그는 말없이 모닥불에 나뭇가지를 더 집어넣었다. 꺼져가던 불꽃이 다시 활활 타오르며, 차가웠던 동굴 안에 온기를 퍼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무영과 모용설의 맞은편에 조용히 다시 앉았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행동 하나가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떠나지 않겠다.'

'나는 아직 당신을 완전히 믿지 못한다. 하지만... 지금은 당신과 함께 가보겠다.'

무너진 신념의 폐허 위에서, 그들은 새로운 관계를 맺고 있었다. 문파의 이름도, 신분의 귀천도, 정파와 사파의 구분도 없는, 그저 '천면인'이라는 거대한 악에 맞서기 위해 모인 세 명의 동지.

그날 밤, 폭풍 속의 작은 동굴에서 피어오른 모닥불의 온기는, 훗날 온 강호를 뒤덮을 거대한 불꽃의 시작이 될 터였다.


다음 장에서는, 마침내 마음을 하나로 모은 세 사람이 앞으로의 계획을 논의합니다. 그들은 무림맹과 흑영문 양쪽에게 쫓기는 상황에서, 자신들을 따를 새로운 세력을 규합하고 반격의 횃불을 들어 올릴 준비를 시작합니다. 그들의 첫 번째 목표는, 천면인의 음모를 세상에 알리고, 진실을 믿어줄 조력자를 찾는 것입니다.


제 15장: 반격의 횃불, 새로운 맹약 (反擊의 횃불, 새로운 盟約)

차가운 동굴의 밤이 지나고, 아침 햇살이 동굴 안으로 스며들었을 때, 세 사람 사이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어색한 침묵 대신, 비장한 결의가 감돌았다.

그들은 더 이상 도망자가 아니었다. 거대한 적의 실체를 알고, 그에 맞서 싸우기로 결심한 투사들이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남궁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더 이상 혼란이 없었다. 그는 아버지와 가문, 그리고 속고 있는 강호를 구해야 한다는 명확한 목표를 되찾았다.

모든 시선이 자연스럽게 모용설에게로 향했다. 이런 상황에서 길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은 그녀뿐이었다.

모용설은 미리 모든 것을 구상해 둔 사람처럼,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우선, 우리는 지금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비밀을 가진 사람들이에요. 무림맹주가 흑영문의 수장이라는 사실을, 지금 이대로 세상에 폭로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무도 믿지 않겠지." 남궁혁이 씁쓸하게 대답했다. "오히려 맹주를 모함하는 마두의 궤변이라며, 온 강호의 공적이 될 것이다."

"맞아요." 모용설이 말을 이었다. "천면인, 아니 상관진의 지난 20년간 쌓아온 명성은 철옹성 같아요. 그 성을 무너뜨리려면, 단순한 외침이 아니라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증거'와, 우리의 외침을 지지해 줄 '세력'이 필요해요."

그녀는 땅바닥에 나뭇가지로 지도를 그리며 설명을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의 계획은 두 갈래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첫째, '증거'를 찾는 것. 상관진이 흑영문을 세우고 마공을 익혔다면, 반드시 그 과거의 흔적이 있을 겁니다. 그의 고향, 젊은 시절 수련했던 곳, 혹은 실종되거나 의문사한 과거의 인물들. 녹의상단의 정보망을 총동원해서 그의 가면 뒤에 숨겨진 진짜 발자취를 추적해야 해요. 이것이 제가 맡을 일입니다."

"둘째, '세력'을 규합하는 것. 우리가 고립된 채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우리의 편이 되어줄 사람들을 모아야 합니다."

"누가 우리를 믿어준단 말인가?" 남궁혁이 회의적으로 물었다.

"맹주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무림맹'의 현재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은 분명히 있어요." 모용설의 눈이 빛났다. "최근 몇 년간 무림맹의 결정에 반발하다 억울하게 축출된 중소 문파들, 상관진의 독선적인 운영 방식에 회의를 느낀 원로들, 그리고... 흑영문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사람들. 그들은 진실에 목말라 있을 겁니다."

그녀는 남궁혁을 바라보았다.

"남궁 소협. 당신이 이 일을 맡아주셔야 해요. 당신의 아버지이신 남궁세가의 가주, 남궁건 어르신은 강호에서 대쪽같은 성품으로 유명하시죠. 비록 지금은 상관진을 굳게 믿고 계시겠지만, 아들인 당신의 진심 어린 호소를 외면하지는 않으실 겁니다. 남궁세가만 돌아서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강호의 판도는 흔들릴 수 있어요."

남궁혁은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와 가문을 설득하는 것. 그것은 그의 숙명이자 가장 어려운 과제였다.

마지막으로, 모용설은 무영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무영 씨. 당신에게는 가장 중요하고 위험한 임무가 있어요."

"……."

"당신은 이제부터 더 이상 숨지 않아요. 오히려 세상의 중심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무명지협'으로서."

모용설의 계획은 대담했다.

"상관진은 당신을 '검귀의 마성을 이어받은 마인'으로 몰아갈 겁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행동으로 그것이 거짓임을 증명해야 해요. 흑영문이 일으키는 사건마다 나타나, 그들의 악행을 막고 백성을 구하세요. 상관진이 명분으로 사람들을 속일 때, 당신은 오직 '협의'만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겁니다."

"사람들은 당신의 힘을 두려워하겠지만, 당신의 행동을 보며 점차 알게 될 겁니다. 진짜 마인이 누구인지를. 당신은 흑영문에 맞서는 '새로운 희망'의 상징이 되어야 해요. 당신의 이름 아래, 흩어져 있던 의인들이 모여들게 만드는 구심점이 되는 겁니다."

그것은 무영에게 가장 가혹한 길이었다. 온 세상의 오해와 비난을 받으면서도, 묵묵히 선을 행해야 하는 길.

하지만 무영은 두렵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의 짧은 대답에는, 모든 것을 짊어지겠다는 결의가 담겨 있었다.

그리하여 세 사람은 새로운 맹약을 맺었다.

모용설은 강호의 그림자 속으로 스며들어, 진실의 파편을 모으는 '탐색자'가 된다.
남궁혁은 정파의 심장부로 돌아가,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는 '설득자'가 된다.
무영은 세상의 전면에 나서서, 희망의 불씨를 지피는 '상징'이 된다.

"우리가 다시 만날 때에는," 모용설이 두 사람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혼란한 강호의 판도를 뒤엎을, 거대한 폭풍을 일으키는 겁니다."

세 사람은 각자의 길을 위해 헤어졌다.

남궁혁은 비장한 각오로 남궁세가가 있는 하남으로 향했다.
모용설은 녹의상단의 비밀 지령을 내리기 위해 양주로 향했다.

그리고 무영은, 다시 홀로 남았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외롭지 않았다. 그의 등 뒤에는 이제 보이지 않는 동료들의 믿음이 함께하고 있었다. 그는 허리에 낡은 검 한 자루를 차고, 삿갓을 깊이 눌러썼다.

그의 목적지는, 최근 흑영문 산하의 흑풍채(黑風寨)가 양민들을 착취하며 악명을 떨치고 있다는 하북성이었다.

반격의 횃불은, 이제 막 점화되었다.
무명지협의 전설 2막. 이름 없는 자가 온 세상의 오해에 맞서, 오직 행동으로 자신의 협의를 증명하는 위대한 투쟁이 시작되고 있었다.


다음 장에서는, 하북성으로 향한 무영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그는 흑풍채의 악행을 막아서며, '마인'이라는 오명과 싸워나갑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예상치 못한 조력자를 만나게 되고, 그의 이름 아래 작은 희망의 불씨들이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제 16장: 마인(魔人)의 협의(俠義)

하북성(河北省) 창주(滄州).

황량한 평야에 자리 잡은 이 도시는, 최근 한 달 사이 공포에 휩싸여 있었다. 흑영문의 하부 조직인 '흑풍채(黑風寨)'가 이곳에 자리를 잡고, 상인들에게 과도한 보호세를 뜯고, 말을 듣지 않는 민가를 약탈하는 등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관아는 이미 매수되었고, 지역 무림 분파들은 흑풍채의 기세에 눌려 감히 나서지 못했다.

이곳에, 삿갓을 깊이 눌러쓴 한 사내가 도착했다. 바로 무영이었다.

그는 창주에 도착하자마자, 강호의 분위기가 완전히 변했음을 피부로 느꼈다. 찻집과 객잔, 모든 곳에서 '무림맹주의 공식 발표'에 대한 이야기가 떠돌고 있었다.

'혈무곡에서 흑영문의 잔당을 토벌하던 중, 검귀의 마공을 이어받은 희대의 마인(魔人)이 나타나 아군을 학살하고 흑영문 잔당과 함께 도주했다. 그 마인의 이름은 무영. 그를 돕는 자는 흑영문의 동조자로 간주하여 엄벌에 처할 것이다.'

상관진의 손에 의해, 무영은 하룻밤 사이에 강호 공공의 적, 천하의 마두가 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그의 초상화를 보며 수군거렸고, 그를 잡으면 주어질 엄청난 현상금에 눈을 빛냈다.

무영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모용설의 예상이 정확했다. 그는 이제 숨 쉬는 것만으로도 오해를 받는 존재가 되었다.

'행동으로 증명하라.'

그는 모용설의 말을 되새겼다.

그날 밤, 흑풍채의 산적들이 창주 외곽의 작은 대장간을 습격했다. 대장간 주인이 보호세 납부를 거부했다는 이유였다. 산적들은 대장간의 기물을 부수고, 늙은 대장장이를 길바닥에 끌어내 무자비하게 폭행했다.

"본보기로 이놈의 팔 하나를 잘라버려라! 그래야 다른 놈들도 감히 개기지 못할 테지!"

산적 두목이 외치며 칼을 높이 치켜드는 순간이었다.

휙-

어디선가 날아온 작은 돌멩이 하나가,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산적 두목의 손목을 때렸다.

"악!"

산적 두목이 비명을 지르며 칼을 떨어뜨렸다. 모두가 놀라 어둠 속을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삿갓을 깊이 눌러쓴 사내가 어느새 나타나 서 있었다.

"누, 누구냐!"

무영은 대답 대신, 늙은 대장장이의 앞을 가로막아 섰다.

산적 하나가 무영의 얼굴을 알아보고 경악하며 소리쳤다.

"저, 저놈은... 수배서에 그려진 그 마인이다! 무영이다!"

'마인'이라는 소리에 산적들은 처음에는 겁을 먹었지만, 이내 그들의 눈에 탐욕이 어렸다. 저놈만 잡으면 팔자를 고칠 수 있다. 게다가 상대는 혼자였다.

"마침 잘 만났다, 이 마두 놈! 네놈의 목을 맹주님께 바쳐 큰 상을 받겠다! 모두, 덮쳐라!"

수십 명의 산적들이 함성을 지르며 무영에게 달려들었다.

무영은 피하지 않았다. 그는 허리에 찬 낡은 검을 뽑아 들었다. 검귀에게서 물려받은 것은 오직 내공과 권법, 장법뿐. 검술은 배운 적이 없었다. 그는 그저 검을, 자신의 내공을 흘려보내는 '도구'로만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검에 칠흑 같은 귀혼천강경의 내공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낡은 철검이 요동치며 검은 기운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영락없는 마인의 그것이었다.

하지만 무영의 움직임은 달랐다.

그는 산적들을 베거나 찌르지 않았다. 검의 넓은 면을 이용해 그들의 무기를 쳐내고, 검 끝으로 혈도를 짚어 움직임을 봉쇄했다. 검은 마기가 폭풍처럼 휘몰아쳤지만, 그 속에서 단 한 명의 사상자도 나오지 않았다. 그것은 힘을 과시하는 파괴의 춤이 아닌, 상대를 다치지 않게 제압하려는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크악!" "억!"

산적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져 나갔다. 그들은 죽지 않았지만, 온몸의 기력이 빨려 나간 듯 무력하게 늘어졌다.

순식간에 상황이 정리되자, 무영은 조용히 검을 거두었다.

하지만 그를 기다린 것은 감사가 아니었다.

그가 구해준 늙은 대장장이는 물론, 멀리서 구경하던 마을 사람들 모두가 공포에 질린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는 무영이 산적들과 똑같은, 아니, 더 무서운 '괴물'로 비칠 뿐이었다.

"마, 마인이... 사람들을 구했다...?"

누군가의 혼란스러운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무영은 아무 말 없이 몸을 돌려 어둠 속으로 사라지려 했다. 그때였다.

"잠깐만 기다리시오, 협객!"

앳된 목소리가 그의 등 뒤에서 들려왔다.

무영이 돌아보자, 흙먼지투성이의 소년 하나가 그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그는 쓰러진 늙은 대장장이의 손자였다. 소년의 눈에는 다른 사람들과 같은 공포가 아닌, 경외와 호기심이 가득했다.

"사람들은 당신을 마인이라 부르지만, 당신은 우리 할아버지를 구해줬어요! 당신은 나쁜 사람이 아니죠?"

소년의 순수한 질문에, 무영의 마음이 세차게 흔들었다.

그는 차마 대답하지 못하고 삿갓을 더욱 깊이 눌러썼다. 그때, 소년이 작은 손으로 무언가를 내밀었다. 며칠은 지난 듯 딱딱하게 굳은 맨빵 한 덩이였다.

"이거라도 드세요. 가진 게 이것밖에 없어서..."

무영은 그 빵을 차마 받을 수가 없었다. 그는 그저 소년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주고는, 말없이 몸을 돌려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마치 그림자처럼.

그날 이후, 창주에서는 기이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천하의 마인이라 불리는 무영이 나타나, 흑풍채의 악행을 막고 다닌다는 것이었다. 그는 언제나 홀로 나타나 흑풍채 산적들을 제압했지만, 단 한 명도 죽이지 않았다. 그는 사람들을 구했지만, 그 누구와도 말을 섞지 않고 사라졌다.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다. 마인이 어째서 협객의 일을 하는가?

어떤 이들은 그가 더 큰 악행을 위한 위장술을 펼치는 것이라 비난했고, 어떤 이들은 그가 정말 억울한 누명을 쓴 것이 아닌가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소문은, 흑풍채에게 고통받던 사람들, 그리고 무림맹의 독선에 등을 돌렸던 의인들의 귀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들 중 하나, 과거에 '의검(義劍)'이라 불렸으나 지금은 술에 취해 세상을 비관하며 살아가던 몰락한 무사 하나가, 무영의 행적을 듣고 먼지 쌓인 검을 꺼내 들었다.

"마인이든 뭐든, 흑풍채 놈들을 때려잡는 놈이라면 내 편이다!"

혼자였던 무영의 등 뒤로, 아주 작지만 의미 있는 불씨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반격의 서막은, 이렇듯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절망적인 오해 속에서 조용히 타오르고 있었다.


다음 장에서는, 무영의 활약에 위기감을 느낀 상관진이 그를 잡기 위해 더 강력한 함정을 준비합니다. 그는 정파의 명망 높은 고수들을 파견하여 '마인 토벌'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하고, 무영은 자신의 신념과 강호의 법도 사이에서 가장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됩니다.



제 17장: 정의의 함정 (正義의 陷穽)

무영의 활동은 조용했지만, 그 파장은 결코 작지 않았다.

'마인(魔人)이 협의(俠義)를 행한다'는 기이한 소문은 하북성을 넘어 강호 전역으로 조금씩 퍼져나갔다. 상관진, 즉 천면인의 입장에서는 심히 불쾌한 상황이었다. 그는 무영을 '절대악'으로 규정하여 자신의 권위를 공고히 하려 했는데, 그 절대악이 오히려 백성의 지지를 얻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리석은 군중들이란... 눈앞의 작은 선행에 쉽게 현혹되는군."

무림맹의 비밀 전각, 흑영문의 본거지에서 천면인은 차갑게 말했다.

"더 이상 저 쥐새끼를 내버려 둬선 안 되겠다. 이번에는 확실한 덫을 놓아야지."

그의 계획은 교활하고 잔인했다. 그는 무영이 흑풍채의 다음 목표로 알려진 '백가촌(白家村)'으로 향할 것을 예측했다. 그리고 그곳에,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정의의 함정'을 설치했다.

그는 하북성에서 가장 명망이 높은 정파 원로, **'철장(鐵掌)' 방노걸(方老傑)**을 찾아갔다. 방노걸은 평생을 정의 구현에 바친 대쪽같은 인물로, 상관진의 가장 충실한 지지자 중 한 명이었다.

"방 노사, 마인 무영이 하북에서 활개치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셨을 겁니다.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습니다. 노사께서 직접 나서주시어, 저 사악한 마두를 처단하고 강호의 기강을 바로 세워 주십시오."

상관진의 간곡한 부탁에, 방노걸은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맹주님의 뜻이 그러하시다면, 이 늙은 몸이 마땅히 나서야지요. 강호의 정의를 위해서!"

상관진은 방노걸과 그의 제자들을 백가촌으로 보내는 한편, 뒤로는 흑영문의 정예 살수들을 함께 파견했다. 살수들의 임무는 방노걸을 돕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진짜 임무는, '만약 방노걸이 실패할 경우, 그와 무영을 함께 제거하여 모든 죄를 무영에게 뒤집어씌우는 것'이었다.


며칠 후, 무영은 백가촌에 도착했다.

그런데 마을의 분위기가 이상했다. 흑풍채의 습격이 예고되었음에도, 마을 사람들은 두려워하기는커녕 무언가를 기대하는 듯한 눈치였다. 그리고 마을 입구에는, '마인 토벌'이라는 거대한 깃발과 함께 수십 명의 정파 무사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그 중심에는 백발을 휘날리며 위엄 있게 서 있는 한 노인, '철장' 방노걸이 있었다.

'함정이다.'

무영은 즉시 상황을 파악했다. 하지만 그는 물러설 수 없었다. 이미 마을 사람들은 그가 나타났음을 알고, 그가 어떻게 나오는지 지켜보고 있었다. 여기서 도망친다면, 그는 비겁한 마인이라는 오명을 영원히 벗을 수 없게 된다.

그는 삿갓을 벗어 얼굴을 드러내고, 당당하게 방노걸의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의 모습에 마을이 술렁였다.

방노걸은 무영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생각보다 너무나 젊고, 마인의 흉악함보다는 깊은 슬픔이 서려 있는 듯한 눈빛에 그는 잠시 의아함을 느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네놈이 바로 강호를 어지럽히는 마인 무영이더냐!"

방노걸의 목소리가 사자후처럼 울려 퍼졌다.

"저는 마인이 아닙니다." 무영은 차분하게 대답했다. "저는 그저, 흑풍채로부터 이 마을 사람들을 지키러 왔을 뿐입니다."

"궤변을 늘어놓지 마라! 네놈이 익힌 마공이 바로 그 증거! 흑풍채는 명분일 뿐, 이 마을을 제물로 삼아 사악한 제의라도 치르려는 것이겠지! 순순히 무공을 폐하고 무림맹의 처분을 받겠다면, 목숨만은 살려주마!"

무영은 씁쓸하게 웃었다. 대화는 통하지 않을 터였다.

"어르신께서 정녕 저를 막으시겠다면,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마을을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오만방자한 놈!"

방노걸의 분노가 폭발했다. 그는 더 이상 말을 섞지 않고, 자신의 필생 절기인 철장 공력을 끌어올려 무영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의 장풍(掌風)은 수십 년 공력이 담겨, 강철도 녹여버릴 듯한 열기를 뿜어냈다.

무영은 피하지 않았다. 그는 귀혼천강경의 내공을 운용하여, 방어막을 펼쳤다.

쾅-!

두 사람의 장력이 부딪히며 엄청난 폭풍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는 놀라웠다. 무영은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지만, 연로한 방노걸은 그 반탄력에 뒤로 몇 걸음 밀려나며 내상을 입었다.

"크윽...!"

방노걸과 그의 제자들은 경악했다. 하북 제일의 고수인 스승님이, 저 젊은 마인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무영은 공격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방어만 했을 뿐이다.

"어르신, 저는 당신과 싸우고 싶지 않습니다. 부디 길을 비켜주십시오."

"이, 이놈이...!"

자존심이 상한 방노걸이 다시 공격을 하려던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마을 외곽에서, 흑풍채의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 약속된 시간에 맞춰 흑풍채 산적들이 마을로 쳐들어온 것이다.

그런데 상황은 더욱 기괴하게 흘러갔다.

마을 곳곳에 숨어 있던 흑영문의 살수들이 나타나, 흑풍채와 방노걸의 제자들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마을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네, 네 이놈! 이것이 네놈의 계략이었구나!"

방노걸은 이 모든 것이 무영이 꾸민 짓이라 오해하고 절규했다.

무영은 이제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이 혼란을 틈타 도망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랬다간, 이 마을의 모든 비극은 전부 그의 탓이 될 터였다.

그는 결심했다.

'나의 협의를 증명한다.'

무영의 몸에서 다시 칠흑 같은 마기가 폭풍처럼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누구도 아닌, 오직 흑영문의 살수들을 향해서만 움직였다.

"모두, 물러서세요!"

그는 정파 무사들과 마을 사람들 앞에 거대한 방어막을 펼쳐 흑영문의 공격을 막아냈다. 그리고는 동시에, 수십 개의 내공의 촉수(觸手)를 뻗어 흑영문 살수들과 흑풍채 산적들을 가차 없이 제압하기 시작했다.

그의 모습은, 마치 분노한 마왕과도 같았지만, 그 분노는 오직 '악(惡)'만을 향해 있었다. 그는 자신의 몸을 방패 삼아, 정파와 민간인 모두를 지키고 있었다.

방노걸은 그 압도적이고 모순적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자신을 마두라 부르는 정파 무사들을 지키기 위해, 마공을 펼치는 저 청년.
과연 누가 진짜 '정의'이고, 누가 진짜 '마인'이란 말인가.

그의 평생을 지탱해 온 신념이, 뿌리째 흔들리기 시작했다.


다음 장에서는, 무영의 희생적인 활약으로 아수라장이 정리됩니다. 방노걸은 큰 혼란에 빠지게 되고, 이 사건을 계기로 무림맹주에게 처음으로 의심을 품기 시작합니다. 한편, 이 사건은 강호에 큰 파장을 일으키며, '무명지협'을 따르는 숨겨진 세력들이 점차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는 계기가 됩니다.



제 18장: 흔들리는 신념, 피어나는 의심 (흔들리는 信念, 피어나는 疑心)

무영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상관진은 자신의 야욕을 위해, 강호의 존경을 받는 원로와 무고한 백성들까지 장기말로 쓰는 잔혹함을 보였다. 무영의 칠흑 같은 마기(魔氣)는 이전보다 더욱 거세게 타올랐지만, 그 힘은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게 통제되었다.

그의 목표는 오직 둘, 흑풍채 산적들과 흑영문 살수들이었다.

"크아악!"

흑영문의 살수들은 저항조차 하지 못했다. 무영의 내공에 휘감기는 순간, 그들은 마치 거대한 거미줄에 걸린 나방처럼 무력해졌다. 그는 살수들을 죽이지 않았다. 대신, 그들의 단전과 기맥을 뒤흔들어 다시는 무공을 쓰지 못하도록 폐인(廢人)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것은 죽음보다 더한 공포였다.

모든 흑영문 살수들과 흑풍채 산적들이 전의를 상실하고 쓰러지자, 무영은 비로소 칠흑 같은 기운을 거두었다. 아수라장 같던 마을에는 기이한 정적이 흘렀다.

그는 심한 내력 소모로 인해 비틀거리며 피를 한 모금 토해냈다. 그의 주변에는 겁에 질린 마을 사람들, 그리고 충격과 혼란에 빠진 방노걸과 그의 제자들이 서 있을 뿐이었다.

모두가 그를 두려워했지만, 이제 누구도 그를 섣불리 '마두'라고 부르지 못했다. 그들은 모두 보았다. 저 '마인'이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몸을 방패 삼아 싸웠다는 사실을.

방노걸은 무너진 자존심과 흔들리는 신념 사이에서 할 말을 잃었다. 그는 평생을 '정(正)'과 '사(邪)'는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오늘, 그는 가장 사악한 마공으로 가장 정의로운 일을 행하는 청년을 보았다.

"어째서…."

방노걸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어째서 우리까지 구해준 것이냐. 우리를 적으로 여기고 죽일 수도 있었을 텐데."

무영은 지친 몸을 이끌고 대답했다.

"저는 어르신과 싸우러 온 것이 아닙니다. 저의 적은, 백성을 괴롭히는 모든 불의(不義)입니다. 그 불의가 흑풍채의 이름을 하고 있든, 흑영문의 이름을 하고 있든, 상관없습니다."

그의 말에는 조금의 꾸밈도 없었다.

방노걸은 무영의 깊고 지친 눈을 바라보았다. 저 눈은 결코 세상을 파멸시키려는 마인의 눈이 아니었다. 오히려 세상의 모든 슬픔을 짊어진 듯한 눈빛이었다.

'맹주님께서… 무언가 잘못 알고 계신 것은 아닐까?'

그의 마음속에, 평생 단 한 번도 품어본 적 없는 의심의 씨앗이 싹텄다. 무림맹주 상관진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에, 아주 작은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무영은 더 이상 머물지 않았다. 그는 자신을 복잡한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을 뒤로 한 채, 조용히 몸을 돌려 마을을 떠났다. 이번에도 그에게 감사를 표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이전과 달리, 그의 등 뒤로 날아오는 돌멩이나 욕설 또한 없었다.

그가 사라지고 난 뒤, 한 제자가 방노걸에게 물었다.

"사부님, 이제 어찌해야 합니까? 저 자를 계속 쫓아야 합니까?"

방노걸은 한참 동안 말이 없다가, 나직이 대답했다.

"…아니다. 우리는… 무림맹으로 돌아간다. 맹주님께… 오늘 있었던 일을 그대로 고해야겠다."

그의 목소리에는 깊은 고뇌가 서려 있었다.


백가촌의 사건은 삽시간에 강호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이번에는 이전과 다른, 훨씬 구체적이고 충격적인 소문이었다.

'마인 무영이 흑영문과 혈투를 벌였다.'
'그는 자신을 잡으러 온 정파의 방노걸과 그 제자들까지 목숨을 걸고 구해냈다.'
'흑영문은 정파와 사파를 가리지 않고 공격했다. 그들의 배후에 무언가 거대한 음모가 있다.'

강호는 혼란에 빠졌다. 무림맹의 공식 발표와, 실제 벌어지는 사건 사이의 괴리가 너무나 컸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무엇을 믿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이 혼란 속에서, 변화의 목소리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과거 무영의 도움을 받았던 사람들, 흑영문에게 피해를 입었던 중소 문파들, 그리고 무림맹의 독선에 불만을 품고 있던 숨은 의인들이 용기를 내기 시작했다.

"무명지협은 마인이 아니다! 그는 진정한 협객이다!"
"진짜 적은 흑영문이다! 무림맹은 어째서 흑영문이 아닌 무명지협을 쫓는 것인가!"

하북성의 작은 문파였던 '의기문(義氣門)'이 처음으로 '무명지협 지지'를 선언했다. 의기문을 시작으로, 여러 군소 문파와 재야 고수들이 조심스럽게 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연대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스스로를 **'무명지맹(無名之盟)'**이라 칭했다. 아직은 미약했지만, 상관진의 철권 통치에 맞서는 최초의 반대 세력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반격의 횃불은, 이제 더 이상 무영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다. 그의 고독한 싸움이, 마침내 잠들어 있던 강호의 양심을 깨우고 있었다.

한편, 무림맹으로 돌아간 방노걸은 상관진을 독대하여 백가촌의 일을 모두 보고했다. 그는 용기를 내어 물었다.

"맹주님, 혹… 무언가 오해가 있는 것은 아닙니까? 제가 본 무영이란 자는…."

그 순간, 방노걸은 보았다.

자신의 이야기를 듣는 상관진의 온화한 눈빛 깊은 곳에서, 아주 찰나의 순간 스쳐 지나가는 섬뜩하고 차가운 살기를.

그 살기는, 방노걸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다음 장에서는, 3부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갑니다. 상관진은 자신의 계획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음을 깨닫고, 더 이상 가면을 쓰고 있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합니다. 그는 '무명지맹'을 뿌리 뽑고, 자신의 정체를 의심하기 시작한 내부의 불안 요소들을 제거하기 위해, 무림맹의 이름으로 '정화(淨化)'를 선포하며 대대적인 숙청을 시작합니다. 강호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내전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듭니다.


제 19장: 정화(淨化)의 검, 내전의 서막 (淨化의 劍, 內戰의 序幕)

방노걸의 보고를 받은 상관진의 서재에는, 밤늦도록 불이 꺼지지 않았다.

그는 더 이상 온화한 맹주의 가면을 쓰고 있지 않았다. 옥좌에 앉아 있던 흑영문의 주인, 천면인의 냉혹하고 잔인한 얼굴만이 남아 있었다.

"어리석은 늙은이... 감히 나를 의심하기 시작했구나."

백가촌의 사건은 그의 예상보다 훨씬 큰 파장을 낳았다. '무명지협'이라는 이름 아래, 자신에게 반대하는 세력이 '무명지맹'이라는 이름으로 결집하기 시작했다는 첩보가 계속해서 올라왔다.

상관진은 깨달았다. 조용히 물밑에서 강호를 잠식하려던 자신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음을. 무영이라는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둑에 작은 균열을 만들었고, 그 균열이 점점 커져 둑 전체를 무너뜨릴 기세였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어차피 썩은 살은 도려내야 하는 법."

그는 결심했다. 이제 가면을 벗고, 압도적인 힘으로 모든 것을 정리할 때가 왔다고.

다음 날 아침, 무림맹의 이름으로 강호 전체에 충격적인 포고령이 내려졌다.

'최근 강호를 어지럽히는 마인 무영과 그를 따르는 '무명지맹'은, 사실 흑영문의 잔당과 결탁한 사악한 역적의 무리임이 밝혀졌다. 이들은 무림맹을 내부에서부터 와해시키려는 불순한 세력이다. 이에 본맹은, 강호의 질서를 바로잡고 내부의 적을 솎아내기 위한 '정화(淨化)'를 선포한다. 맹주의 명에 불복하거나, 무명지맹에 동조하는 자는 모두 역적으로 간주하여 가차 없이 처단할 것이다.'

이것은 선전포고였다.

상관진은 자신의 권위와 무림맹의 힘을 총동원하여, 자신에게 반대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세력을 '역적'으로 규정하고 숙청을 시작했다.

그 첫 번째 희생자는, '철장' 방노걸이었다.

상관진은 방노걸을 맹주 전각으로 조용히 불렀다. 그리고는 차를 대접하며 물었다.

"방 노사. 정화의 검을 뽑아야 할 이 중차대한 시기에, 노사의 역할이 아주 중요합니다. 노사께서 선봉에 서서, 저 어리석은 무명지맹 놈들을 처단해주셔야겠습니다."

방노걸은 그 자리에서 대답하지 못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백가촌에서 본 무영의 눈빛이 떠나지 않았다. 그는 용기를 내어 마지막으로 물었다.

"맹주님... 진정... 재고의 여지는 없으십니까?"

상관진은 말없이 차를 마셨다. 그리고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나직이 말했다.

"그렇군. 노사께서도... 저 마인에게 현혹되셨군."

그 순간, 상관진의 몸에서 지독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방노걸은 위험을 직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이미 늦었다. 상관진의 손이 귀신의 형상처럼 그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컥...!"

방노걸은 자신의 가슴을 꿰뚫은 손을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그는 마지막 힘을 다해, 상관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더 이상 강호의 태양 '검성'은 없었다. 오직 탐욕과 광기에 휩싸인 마인, '천면인'만이 서 있을 뿐이었다.

"맹... 주... 님...."

그것이 그의 마지막 유언이었다.

며칠 후, 무림맹은 '철장 방노걸이 마인 무영의 사술(邪術)에 홀려 맹주를 암살하려다 실패하고 자결했다'고 발표했다.

이 사건은 강호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평생을 정의롭게 살아온 대협이 마인에게 현혹되어 맹주를 시해하려 했다는 사실은, 무영과 무명지맹의 사악함을 증명하는 결정적인 증거처럼 받아들여졌다.

상관진의 숙청은 이제 거칠 것이 없었다.

그의 '정화'의 검은 무명지맹을 지지했던 하북의 '의기문'을 가장 먼저 향했다. 의기문은 하룻밤 사이에 문파 전체가 몰살당하고, '역적의 본거지'라는 오명 속에 잿더미가 되었다.

뒤이어, 조금이라도 맹주의 결정에 의문을 표했던 문파나 개인들이 '역적'으로 몰려 하나둘씩 제거되기 시작했다.

강호는 공포에 휩싸였다. 사람들은 서로를 의심하고, 살아남기 위해 맹목적으로 맹주를 향한 충성을 맹세했다. 정파 무림은 거대한 광기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이 피의 소용돌이 속에서, 세 사람은 각자의 위치에서 절망적인 소식을 접하고 있었다.

하남의 남궁세가로 돌아간 남궁혁은 아버지에게 진실을 알리려 했지만, 철옹성 같은 믿음 앞에서 좌절하고 있었다. 방노걸의 죽음과 의기문의 멸문 소식은, 그의 아버지를 더욱 완고하게 만들었다. 아버지는 오히려 아들이 '마인에게 홀렸다'며 가문에 연금시켜 버렸다. 그는 창살 없는 감옥에 갇혀, 애타는 마음으로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다.

양주의 녹의상단에 있던 모용설은, 상관진의 과거를 추적하며 몇 가지 의미 있는 단서를 발견했지만, 상관진의 숙청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고 잔혹하게 진행되자 위기감을 느꼈다. 맹주의 서슬 퍼런 칼날이, 이제 중립을 지키던 녹의상단을 향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리고 하북의 산중에 숨어 있던 무영은, 의기문의 멸문 소식을 듣고 자신의 무력함에 치를 떨었다. 자신을 지지했다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었다. 그는 분노했다. 그리고 결심했다.

'더 이상 숨어서 싸울 수 없다. 이 모든 비극을 끝내기 위해서는, 내가 직접 폭풍의 중심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그의 목표는 단 하나.

상관진.

그를 세상의 법으로 심판할 수 없다면, 자신의 힘으로라도 막아야 했다.

강호는 이제 두 개의 거대한 세력으로 나뉘어, 피할 수 없는 내전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가면을 벗어 던진 절대 권력의 폭군 '상관진'과, 모든 것을 잃고 오직 협의 하나만을 위해 일어선 이름 없는 영웅 '무영'.

두 개의 태양은 함께 존재할 수 없었다.
마침내, 최후의 결전이 다가오고 있었다.


3부가 막을 내렸습니다. 이제 마지막 4부에서는, 내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무영이 자신을 따르는 세력을 규합하여 '신흥 연합'을 형성하고, 마침내 상관진의 무림맹과 최후의 결전을 벌이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고립되었던 영웅들이 다시 모여, 거대한 악에 맞서는 마지막 전쟁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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