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장: 기묘한 동행 (奇妙한 同行)
철혈표국의 연회장은 아수라장이 되었지만, 가장 중요한 범인인 '천수독왕'은 무영의 손에 잡혀 있었다. 총표두 왕일산은 사태가 불리해지자 진작에 자취를 감춘 후였다.
남궁혁은 검게 변한 팔을 부여잡고 신음하고 있었다. 천수독왕의 부골독은 그의 예상보다 훨씬 지독하여, 뛰어난 내공으로도 독의 확산을 겨우 늦추고 있을 뿐이었다.
"남궁 소협, 이리 오십시오."
무영이 그에게 다가가 손목을 잡았다. 남궁혁은 순간적으로 자존심 때문에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뼈를 녹이는 듯한 고통에 결국 그의 도움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무영은 남궁혁의 상처 부위를 살펴본 뒤, 품에서 작은 침통을 꺼냈다. 모용설이 그를 '의선의 제자'로 위장시키기 위해 준비해 준 것이었다. 그는 지난 한 달간, 무공 수련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의학과 혈도에 대한 지식도 익혔다.
그는 배운 대로 남궁혁의 팔에 있는 여러 혈도를 막아 독이 퍼지는 것을 일차적으로 막았다. 그리고는 모용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부골독을 완전히 해독하려면, '자하초'와 '백년석유'가 필요합니다."
그 말에 남궁혁의 얼굴이 절망으로 굳어졌다. 둘 다 강호에서 이름난 희귀 약재로, 당장 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모용설은 태연하게 미소 지었다.
"걱정 마세요. 녹의상단의 창고라면, 아마 찾아볼 수 있을 거예요."
그것이 바로 녹의상단의 힘이었다. 그들은 없는 것이 없었다.
상황이 정리되는 동안, 모용설은 녹의상단의 비밀 장소로 천수독왕을 끌고 가 직접 심문했다. 그녀는 고문을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눈을 들여다보며 나직이 속삭였다.
"당신이 입을 열지 않아도, 흑영문은 당신이 잡혔다는 사실만으로 당신을 '배신자'로 간주할 겁니다. 당신의 가족들이 무사할까요? 하지만 제게 협조한다면, 녹의상단의 이름으로 당신 가족의 안전을 보장해드리죠. 선택은 당신의 몫이에요."
결국 천수독왕은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철혈표국이 서역에서 운송한 것은… '역천마석(逆天魔石)'이라는 물건이오."
"그게 무엇이지?"
"고대에 마교(魔敎)에서 사용하던 물건인데, 주변의 생기를 모두 빨아들여 지닌 자의 마공(魔功)을 증폭시키는 끔찍한 돌이라고 들었소. 흑영문의 주인, '그분'께서 곧 큰 의식을 치를 것이며, 그 의식에 그 돌이 필요하다고 했소."
"의식? 그 의식의 장소는 어디냐!"
"그것까지는… 저 같은 장로는 알지 못합니다. 다만, 다음 달 보름, 달이 가장 붉어지는 날에 '혈무곡(血霧谷)'에서 중요한 회합이 열린다고만 들었소."
모든 정보를 얻어낸 모용설은 무영과 남궁혁이 기다리는 임시 거처로 돌아왔다. 그녀가 가져온 약재로, 무영은 밤새 남궁혁의 독을 치료했다.
무영은 자신의 내공을 이용해 약재의 기운을 남궁혁의 몸속으로 직접 주입했다. 거칠지만 순수한 귀혼천강경의 내공이 그의 혈맥을 타고 흐르자, 남궁혁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토록 맑고 방대한 내공이라니. 과연 의선의 제자답다고 그는 생각했다.
밤이 새고, 남궁혁의 팔은 원래의 색을 되찾았다.
그는 말끔해진 몸으로 일어나, 자신을 밤새 간호해준 무영을 복잡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목숨을 빚졌군, 장 형. 이 은혜는 잊지 않겠다."
'장 형'이라는 호칭에 무영은 어색함을 느꼈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별말씀을요, 남궁 소협."
"그냥 혁이라고 부르게. 우리는 이제 생사를 함께한 사이 아닌가."
남궁혁은 한결 부드러워진 말투로 말했다. 그는 무영에게서 예전에 만났던 그 '근본 없는 떠돌이'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오직 뛰어난 의술과 심후한 무공을 지닌, 믿음직한 동료의 모습만이 보일 뿐이었다.
그때, 모용설이 방으로 들어와 심문 결과를 알려주었다. '역천마석', '혈무곡 회합'.
이야기를 들은 남궁혁의 얼굴이 굳어졌다.
"혈무곡이라… 사천과 섬서의 경계에 있는 죽음의 계곡이다. 흑영문 놈들이 그곳에서 회합을 연다면, 반드시 막아야 한다."
모용설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그 회합에서 그들의 진짜 목적과, '그분'이라 불리는 수장의 정체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남궁혁이 무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장 형, 괜찮다면 나와 함께 혈무곡으로 가지 않겠나? 그대의 의술과 무공이 있다면 천군만마를 얻은 듯할 것이다."
무영은 잠시 모용설을 보았다. 모용설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이 그녀가 그린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었다. 정파의 상징인 남궁혁과, 미지의 실력자인 무영이 함께 움직이는 것. 서로의 정체를 모른 채, 오직 '흑영문을 막는다'는 공동의 목표 아래에서.
"…알겠습니다. 함께 가겠습니다."
무영이 대답했다.
그리하여 세 사람의 기묘한 동행이 시작되었다.
정파 최고의 후기지수이자 강직한 원칙주의자 남궁혁.
강호의 모든 지혜를 쥔 채 판을 짜는 책사 모용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묵묵히 자신의 힘으로 동료들을 지키는 그림자 영웅 장무영.
세 사람은 각기 다른 생각과 비밀을 품은 채, 흑영문의 심장부인 혈무곡을 향한 위험한 여정에 올랐다. 강호의 운명을 건 거대한 폭풍이, 이제 그들 앞에서 휘몰아치기 시작하고 있었다.
다음 장에서는, 혈무곡으로 향하는 세 사람의 여정이 그려집니다. 그들은 흑영문이 쳐놓은 수많은 함정과 추격을 뚫고 나아가며, 서로의 실력과 인품에 대해 더욱 깊이 신뢰하게 됩니다. 특히 무영은 남궁혁의 강직한 정의감과 모용설의 비상한 지혜를 보며, 자신이 나아가야 할 '협의'의 길에 대해 더욱 깊이 고뇌하게 됩니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