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소설 써 보았어요 무명지협(無名之俠)2권강호주유 제11장 협의의길

제 11장: 협의의 길, 동행의 무게 (俠義의 길, 同行의 무게)

혈무곡으로 향하는 길은 험난했다.

사천의 험준한 산맥을 넘고, 깊은 계곡을 건너야 하는 척박한 땅이었다. 하지만 진짜 위험은 자연이 아니었다. 흑영문은 이미 자신들의 계획이 새어 나갔음을 깨닫고, 혈무곡으로 향하는 모든 길목에 겹겹의 감시망과 함정을 설치해 놓았다.


세 사람의 동행은 각자의 역할이 명확하게 나뉘었다.

모용설은 녹의상단의 정보망을 통해 흑영문의 움직임을 한발 앞서 파악하고, 가장 안전한 길을 찾아내는 '두뇌'였다. 그녀는 때로는 상인으로, 때로는 약초꾼으로 위장하며 흑영문의 눈을 피하는 지혜를 발휘했다.

남궁혁은 정면 돌파를 상징하는 '창'이었다. 피할 수 없는 전투가 벌어지면, 그는 언제나 가장 먼저 앞으로 나서서 화려하고 강직한 검법으로 적들을 베어 나갔다. 그의 검은 정파의 자존심 그 자체였다.

그리고 무영은 묵묵히 뒤를 지키는 '방패'였다. 그는 남궁혁이 미처 막지 못한 암습을 막아내고, 모용설에게 향하는 위협을 그림자처럼 제거했다. 그는 결코 먼저 나서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의 존재감은 동료들에게 절대적인 안정감을 주었다.

하루는 깊은 협곡의 좁은 잔도를 지나던 중이었다. 양쪽 절벽 위에서 흑영문의 복면인들이 나타나, 밧줄을 타고 내려오며 기습을 가했다.

"매복이다!"

남궁혁이 소리치며 검을 뽑아 들었다. 그는 절벽을 박차고 튀어 올라, 밧줄에 매달린 적들을 향해 창궁검법을 펼쳤다. 허공에서 펼쳐지는 그의 검무는 한 폭의 그림처럼 화려하고 위력적이었다.

하지만 적들의 수는 너무 많았다. 남궁혁이 허공의 적들을 상대하는 사이, 아래쪽에 남아있던 모용설과 무영을 향해 거대한 바위들이 굴러떨어지기 시작했다.

"모용 낭자, 피해!"

남궁혁이 다급하게 외쳤지만, 피할 곳이 없는 외길이었다.

모용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녀의 지혜도 절대적인 물리력 앞에서는 무력했다.

그 순간, 무영이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걱정 마십시오."

그는 굴러오는 바위들을 향해 두 손바닥을 천천히 내밀었다. 그러자 그의 손 주위의 공간이 아지랑이처럼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집채만 한 바위들이 그의 손바닥 앞,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히기라도 한 듯 굉음을 내며 공중에서 멈춰 섰다.

"하아압!"

무영이 짧은 기합과 함께 손을 옆으로 밀어내자, 공중에 멈춰 섰던 모든 바위들이 마치 처음부터 다른 방향으로 날아간 것처럼 협곡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허공에서 적들을 모두 처리하고 내려온 남궁혁은, 그 압도적인 광경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내공으로 바위를 부수는 고수는 많다. 하지만 저렇게 거대한 바위들을, 마치 솜털처럼 부드럽게 받아내어 다른 곳으로 흘려보내는 무공은 생전 처음 보는 것이었다.

"장 형… 대체 그 무공은…."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호신강기(護身罡氣)의 일종입니다. 공격보다는 방어에 특화되어 있지요."

무영은 모용설이 미리 알려준 대로 둘러댔다.

남궁혁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는 무영의 실력이 자신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경지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그런 절대 고수가 자신과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에 든든함을 느꼈다.

여정이 계속될수록, 무영은 두 동료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

남궁혁은 때로 오만하고 답답할 만큼 원칙을 고수했지만, 그의 검이 향하는 곳은 언제나 약자를 괴롭히는 불의(不義)였다. 그는 백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자신의 목숨을 돌보지 않고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고, 그 어떤 강자 앞에서도 결코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무영은 그의 모습에서 자신이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정의'의 굳건한 형태를 보았다.

모용설은 위기의 순간마다 빛나는 지혜를 보여주었다. 그녀는 무력 충돌을 최소화하고, 적의 허점을 찔러 가장 효율적인 승리를 이끌어냈다. 그녀는 무영에게 "진정한 협의는 강한 힘뿐만 아니라, 그 힘을 가장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는 지혜가 함께할 때 완성된다"고 가르쳐주었다.

무영은 고뇌했다.

'나의 협의는 무엇인가?'

검귀에게서 물려받은 힘은 그저 본능적인 것이었다. 남궁혁처럼 굳건한 신념도, 모용설처럼 예리한 지혜도 없었다. 그저 '외면하면 안 된다'는 막연한 마음뿐이었다.

어느 날 밤, 모닥불 앞에서 남궁혁이 무영에게 물었다.

"장 형은 어찌하여 강호에 나오게 되었는가? 의선 문하에 있었다면 평생을 부귀영화 속에서 편안히 지낼 수도 있었을 텐데."

무영은 잠시 망설이다가, 자신의 속마음을 조금 내비쳤다.

"저는… 제가 가진 힘의 의미를 찾고 싶었습니다. 이 힘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 말에, 언제나 자신만만하던 남궁혁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나라고 다르지 않네. 나는 평생 남궁세가의 정의가 곧 강호의 정의라 믿고 살아왔지. 하지만 자네를 만나고, 또 이번 여정을 함께하며 깨닫고 있네. 내가 아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었다는 것을. 진정한 협의의 길이란, 문파의 이름이나 법도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을 말일세."

두 사람은 처음으로 서로의 고민을 나누었다. 모용설은 그런 두 사람을 그저 따뜻한 눈빛으로 지켜볼 뿐이었다.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세 사람.

그들은 험난한 여정 속에서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고,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 되어주고 있었다. 적을 쫓는 동행은, 어느새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순례의 길이 되어가고 있었다.

마침내, 저 멀리 안개와 핏빛 노을이 뒤섞인 불길한 기운의 계곡, 혈무곡의 입구가 그들의 눈앞에 나타났다.

강호의 운명을 건 거대한 음모의 심장부. 세 사람은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되돌아갈 수 없는 싸움이 시작될 터였다.


다음 장에서는, 마침내 혈무곡에 잠입한 세 사람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그들은 흑영문의 비밀 회합을 엿보게 되고, 그곳에서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충격적인 인물과 흑영문의 진짜 목적을 알게 됩니다. 2부의 클라이맥스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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